석양(夕陽)
글/이재부
이별이 서러워 우는 사람아
혹여
정 깊은 사랑이거든
안녕! 이라고 말하지 말게
우리도
서산마루를 혼자 넘는 석양인 것을
꿈을 잃고 방황하는 사람아
혹여
돕고 살던 친구들 다 떠나도
원망의 말은 하지 마시게
우리도
말없이 사라지는 낙조인 것을
삶이 외로워서 늙는 사람아
혹여
그리운 사람이 손 흔들어도
사랑한다! 말하지 말게
우리도
빙그레 웃다 지는 석일(夕日)인 것을
불타는 노을을 강물에 풀어
바다로 흐르다 지는 석양아
혹여
청산도 외로와 떨고 있거든
구름 한 자락 걸쳐두시게
우리도
노을 빛 물드는 구름인 것을
석 양
창밖엔 멀리까지 보이는 길이 있습니다
길은 가로수를 양 옆으로 두고 쭉 뻗어 있습니다
라디오에선 오래전에 듣던 흘러간 팝송이 흐르고..
여름날의 저녘무렵엔 어쩌다 사람들이 보입니다
연인들이 멀리 보여도 좋습니다
친구끼리 걷는 모습도 흐뭇합니다
지금은 연인이 한적한 길을 다정히 걸어 갑니다
내 눈도 그 들을 따라 갑니다
점점 멀어지다가 작은 점처럼 움직입니다
이내 시야에서 사라 집니다
가슴이 덜컹 내려 앉습니다
흐르는 음악은 더 애잔하게 흐르고
멍하니 바라 보는 나는 눈길을 돌리지 못합니다
덩그러니 보이는 빈 길의 끝에는
붉은 석양이 내려 앉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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