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강일색 (秋江日色)
글 / 여시주
남도라 추강일색 고요히 날이 저물면
석양의 노을 속 낙조들 집으로 찾아들고
정자엔 옛 선비 어디로 갔는지 시구만 남아
지나가는 길손 편히 앉아 옛날을 생각하네
이 자리는 어느 선비가 앉았다가 지나갔으며
저 자리는 어느 나그네가 스쳐지나 갔을꼬
정자의 처마 밑 서까래는 썩어들어 가는 데
비스듬히 팔 기운 노송 몇백 년이나 지켰는가
먼저 간 선인이나 나중 온 후인의 생각 사로
시름겨워 앉아 있던 곳 다 같은 세상 위치이거늘
별아 이 가슴 한 줄기 바람만 옷깃을 휘감으며
어디선가 고향을 찾아가는 기적소리 쓸쓸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