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숨은 선행, 박연이
연말이면 어김없이 쌀 300포 보내오는 할머니 20년간 숨은 선행, 박연이 어르신을 만나다 [서울톡톡] '구제할 때에 오른손이 하는 것을 왼손이 모르게 하여라'라는 성경 구절이 있다.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많은 이들이 이 말을 인용하고 있다. 리포터는 기독교인도 아니고 성경도 모르지만 수십 년을 한결같이 남모르게 아름다운 선행을 해온 할머니 한 분을 알고 있다. 서울 중구 중림동 주민센터에 연말마다 나타는 할머니. 자신을 알리지 말아달라는 간곡한 부탁과 함께 20년째 해마다 쌀 300포(20kg)를 어려운 사람들에게 나눠온 박연이(77세) 할머니다. 지난 연말에도 중림동 주민센터에 100포, 고향인 경남 함양에 100포, 본인이 알고 있는 어려운 이웃에게 100포를 나눴다. 이같은 선행을 해온게 20년 째이지만 할머니는 누구에게도 알려지지 않았다. "좋은일 하시면서 왜 그렇게 숨기세요?"라고 물으니 "내가 하는 일이 큰 일도 아닌데, 뭐하러 자랑을 해"라며 인터뷰 제의를 몇차례나 거절했다. 해마다 어떻게 아는지 신문사에서 전화가 와 거절하는 것도 힘들다고 하신다. 그러다 같은 봉사단체 회원인 리포터에게 "이제 나이들어 거절하기도 힘드네... 아는 사람이 부탁하는데 계속 사양하는 것도 미안하고..."라며 어쩔 수 없이 곁을 내주셨다. 할머니와의 인터뷰는 그렇게 시작됐다. - 쌀을 나누게 되신 계기가 있으세요? - 그럼 할머니 재산이 많으신가요? - 자식들은 이 일을 하는 것을 좋아하나요? - 할아버지는 안 계시나요? - 그럼 평소엔 뭘 하며 지내세요? - 보통 서예하시는 분들은 가훈을 자주 쓰시던데요. -쌀 기부 활동을 언제까지 계속할 것인가? 중구 중림동 정희창 동장은 "박연이 어르신은 항상 말없이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하고 있다. 물질적 도움뿐 아니라 직접 봉사활동도 활발히 하신다. 이름 밝히는 것을 싫어하시는 숨은 봉사자시다. 아마 우리가 알고 있는 일 말고도 더 많은 봉사를 하고 계실 것 같다"라고 전했다. '욕심을 버리고 사는 것, 마음을 비우고 사는 것'을 강조하는 박연이 어르신은 나이가 77세인데도 젊은이 못지않게 지역봉사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돈이 있어야 자식에게 효도 받는 시대라고 한다. 그런데 할머니는 돈만 모이면 모두 기부해버려 가진 것 없지만 자식으로부터 효도를 받고 있다. 나눔의 실천은 베푸는 자신에게도 보이지 않는 큰 소득으로 돌아오는 게 분명하다. |